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1분기 실적 발표가 마무리된 가운데 '감액 배당'이 화두에 올랐습니다. 메리츠금융이 감액 배당을 진행하고 우리금융도 올해 준비를 마치면서, 타 금융지주들에 감액 배당 도입 여부를 묻는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감액 배당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 배당소득세 없는 '감액 배당', 금융권 화두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4~25일 간 4대 금융지주의 2025년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이 진행됐습니다. 컨퍼런스콜 Q&A 세션에서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는 감액 배당 도입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았는데요. 두 곳 모두 "검토는 하고 있으나 추이를 지켜 보고 도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답변했습니다.
감액 배당이란 정확히는 '자본준비금 감액 배당'을 말합니다. 자본준비금은 회사가 주식발행이나 합병, 감자 등 자본거래를 할때 발생하는 잉여금을 적립해 둔 법정준비금입니다.
회사가 유상증자 진헹 과정에서 주식을 발행할 경우, 발행가는 보통 액면가보다 높습니다. 이때 발생하는 주식발행초과금은 자본준비금에 포함됩니다. 이 외에도 자본감소 과정에서 반환액보다 감소액이 더 클 경우, 합병 과정에서 소멸 회사의 순자산액이 발생할 경우 자본준비금에 적립됩니다.
자본준비금은 본질적으로 '준비금'입니다. 회사의 자본 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의무적으로 적립해야 하며, 결손금이 발생할 경우 이를 보전하는데 사용해야 합니다. 따라서 배당 재원으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예외 조항이 있긴 한데요. 자본준비금과 이익잉여금의 합계가 자본금의 1.5배를 초과할 경우, 주주총회를 통해 자본준비금을 감액한 뒤 기타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해 배당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감액 배당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감액 배당의 재원은 자본준비금이기 때문에 개인 주주는 배당소득세(15.4%)를 내지 않아도 됩니다. 주주가 적립한 금액을 주주가 다시 돌려받는 형식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감액 배당을 도입한 회사에 투자한 주주들의 실질배당소득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법인 주주의 경우 원칙적으로 장부가액 한도 내에서만 과세 대상이 아닙니다.
◆ "시장 반응 보고 있다" 금융지주 도입 '신중'
감액 배당을 금융권에서 가장 먼저 도입한 곳은 메리츠금융입니다. 올해부터 감액 배당을 진행했는데, 소액주주들의 격렬한 환영을 받았습니다. 일반 배당보다 감액 배당을 통해 주주들이 누리는 혜탹이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배당금에 붙는 소득세 15.4%가 사라질 경우, 실질 배당소득은 18.2% 늘어나게 됩니다.
메리츠금융에 이어 은행권에서는 우리금융이 감액 배당 도입 준비를 마쳤습니다. 지난달 진행한 주주총회에서 자본준비금 전입의 안건을 통과시키고 내년부터 감액 배당을 진행할 방침입니다. 약 3조 원의 자본준비금을 통해 향후 3~4년간 감액 배당을 진행할 방침입니다.
금융권에서도 두 회사에 주목했는데요. 최근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의 일환으로 주주환원을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감액 배당에 주주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현재 4대 금융지주 중 KB금융과 신한금융, 하나금융 모두 감액 배당을 위한 자본준비금은 충분한 상황입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별도 재무상태표 기준 KB금융 14조7545억 원, 신한금융 11조3507억 원, 하나금융은 8조3106억 원의 자본준비금이 쌓여 있습니다.
세 곳 모두 연간 1조~1조3000억 원 규모의 연간 배당을 진행하고 있는데, 자본준비금을 활용할 경우 주주들에게 최소 5~6년간 감액 배당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주주 입장에서는 해당 기간동안 배당 소득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셈이죠.
특히 KB금융과 신한금융은 도입 가능 여부를 살펴본 상황인데요. 1분기 실적 발표에서 감액 배당을 진행할 생각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 KB금융 관계자는 "감액 배당 취지에 대해 공감하고 있고, 내용도 들여다보고 있다"며 "다만 구체적으로 정책을 세운 상황은 아니다. 시장 반응을 보면서 정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신한금융 관계자 역시 "연초에 다른 곳에서 감액 배당을 발표했을 때, 신한금융도 내부적으로 가볍게 검토했다. 감액 배당할 재원도 충분히 있다"며 "현재는 감액 배당에 대한 실시 계획은 없다. 시장의 동향 등을 보면서 감액 배당을 천천히 검토해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과세당국 '눈치'…정부, 감액 배당 확산에 대책 마련
우리금융을 제외한 금융지주들이 감액 배당 도입을 두고 '눈치게임'에 들어간 이유는 과세당국의 눈치를 봐야하기 때문입니다. 은행권이 감액 배당이 확산될 경우 빠지는 세수가 만만치 않습니다.
메리츠금융의 경우 감액 배당을 통해 대주주인 조정호 회장이 가장 이득을 봤습니다. 메리츠금융지주 지분 48.1%를 보유한 조 회장은 약 2307억 원의 배당을 받았는데,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습니다. 일반 배당이었다면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통해 1037억 원의 세금을 냈야 했습니다.
우리금융 역시 3조 원의 감액 배당을 진행할 경우 과세당국은 향후 3~4년간 약 5000억~6000억 원 가량의 세금 이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4대 금융지주가 모두 감액 배당을 할 경우 연간 6000억 원 이상의 세수 구멍을 유발하게 됩니다.
더욱이 감액 배당이 도입하려는 기업이 산업계로 확산되고 있는 점도 문제입니다. 자본준비금을 감액해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한 기업은 2022년 26곳→2023년 36곳→2024년 71곳으로 늘어났습니다. 특히 주주환원의 목적보다는 대주주들의 조세회피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오는데요. 강경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속을 앞둔 경영권 대주주는 감액 배당을 통해 승계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미 정부는 감액 배당 확산에 따른 대책 마련에 들어간 상황인데요. 기획재정부는 국세청과 금융투자협회, 조세심판원 등 관계 기관의 의견을 수렴해 감액 배당의 과세 여부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이르면 올 하반기 세법 개정안에 해당 내용이 담기게 됩니다.
논의되는 방안은 법인과 마찬가지로 개인 역시 주식취득액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알려졌습니다. 감액 배당액에서 주식취득액을 차감한 감액 배당 차액에 과세를 한다는 것인데요. 주식취득액 파악이 쉬운 대주주부터 과세를 하고, 향후 소액주주까지 확대하는 방안으로 전해집니다.
권준호 더인베스트 기자 jhkwon@theinv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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