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약·바이오 업계가 대대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정책과 팬데믹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해외 진출이 확대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제약·바이오 정책 지원과 맞물려 업계 전반이 '딥시크 모먼트'를 맞이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올해 바이오텍 지수 60% 급등…팬데믹 이후 첫 반등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증시에서 제약·바이오 분야가 주목받고 있다. 2020년대 수요 위축 상황에서 벗어나면서 올해 주가가 빠르게 반등하고 있다.
과거 중국 제약·바이오 업계는 약가 인하 정책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수요 위축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중국 정부가 의약품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시행한 약가 인하 정책은 중국 제약·바이오 업계에 막대한 부담을 안겼다. 정책에 따라 약가가 60~80% 하락하며 제약사들의 매출은 급감했다.
여기에 코로나19 발생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병원을 찾는 환자도 급격하게 감소했다. 이에 따라 의약품 판매량도 감소하며, 중국 제약·바이오 업계는 매출을 내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다.
박수진 미래에셋증권 선임연구원은 "약가 인하 정책과 코로나19 팬데믹은 중국 제약사의 매출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이로 인해 많은 투자자가 중국 제약·바이오 업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라고 짚었다.
그러나 최근 중국 제약·바이오 업종이 반등하고 있다. 중국의 대표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홍콩에 상장돼 있는데, 올해 중 홍콩 증시의 업종지수 중 헬스케어 업종이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보였다. 항센 바이오텍 지수(Hang Seng Biotech Index)는 연초부터 61.8% 상승했는데, 홍콩 종합지수 상승률(20.6%) 대비 세 배에 달한다.
◆ "집단구매 완화, 신약승인 가속화" 中 정부 대규모 지원
중국 제약·바이오 업종의 반등을 이끌고 있는 핵심 요인은 기술력이다. 최근 중국 바이오텍들의 기술력은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항암제 분야에서 혁신 신약의 개발 성과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국내 대형 바이오업체 관계자는 "중국의 원천 파이프라인의 경쟁력이 높아졌는데, 글로벌 학회에서 중국 바이오 업체들의 임상 데이터가 매우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특히 동양인을 대상으로 한 신약 개발에서, 첨단 기술로 주목을 받고 있는 ADC(항체-약물 접합체), 이중항체, 세포 치료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5월 열린 미국 임상종양학회 연례 학술대회에서 중국 바이오 업체인 이노벤트와 3S바이오, 항서제약 등의 임상 데이터는 국제적인 인정을 받았다. 특히 학회에 참여한 한 해외 투자자는 "10년 전 중국 제약·바이오 업계는 미국보다 20년 뒤처져 있었지만, 지금은 2~3년으로 격차가 줄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중국 제약·바이오 업종에서 기술력이 크게 성장한 배경으로는 비용적인 우위가 꼽힌다. 중국은 정부의 대규모 지원 정책에 따라 임상 시험에 들어가는 비용이 굉장히 낮다. 또한 특례 제도 도입으로 임상의 진행 속도도 빠르다. 여기에 최근 신약 심사 간소화, 신약 출시 관련 보조금 지원 등의 정책을 선보이며, 혁신 신약 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박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은 제약·바이오 업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며 "그간 제약·바이오 업계를 힘들게 했던 집단 구매 정책을 완화하고, 신약 심사 승인 기간을 30일로 단축하는 등 기업의 노력을 정책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항암제 분야서 기술력 입증…기술수출↑
기술력을 인정받으면서, 중국 바이오 업체들의 기술수출(License-Out) 계약도 급증하고 있다. 정부의 제도적인 지원과 적극적인 투자로 중국 제약·바이오 업체들은 본격적으로 성과를 수확하는 시기를 맞고 있다.
실제 올해 1분기 중국 바이오 업체들이 해외 제약사와 체결한 기술수출 건수는 4건으로, 2022년과 2023년 성과를 한 분기만에 넘어섰다. 2분기에는 기술수출 건수가 2건으로 전분기대비 감소했지만, 규모는 월등히 커졌다. 지난 5월 3S바이오는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와, 다음 달인 6월에는 석약그룹이 아스트라제네카와 대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물론 중국 제약·바이오 업계에도 리스크는 있다. 미국의 생물보안법 등 규제가 시작되면 CDMO(위탁개발생산)을 진행하는 업체나, 원료의약품(API)을 생산하는 곳의 실적은 급격하게 감소할 수 있다. 다만 기술만 판매하고 로열티를 받는 기술수출의 경우, 미국의 생물보안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현재 중국에서 항암제 관련 임상을 진행하고 있는 이노벤트, 항서제약, 악소 등을 눈여겨 봐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박 연구원은 "중국 제약·바이오 업계는 과거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기술력의 국제적 인정, 해외 진출의 확대, 그리고 정부의 강력한 지원 정책이라는 세 가지 핵심 동력을 바탕으로 '딥시크 모먼트'를 맞이하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의 역할이 크게 커지고 있으며, 앞으로의 성장과 변화가 더욱 기대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권준호 더인베스트 기자 jhkwon@theinve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