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명전기가 차세대 전력망 핵심 기술인 HVDC(초고압직류송전) 금구류 개발을 계기로 본격적인 성장 사이클에 진입했다.
AI·전기차·재생에너지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과 정부 주도의 전력망 확충 정책이 맞물리며 실적 성장세도 가파르다.
안정적인 재무구조와 고마진 제품 라인업은 강점이지만, 한국전력 매출 집중과 현금흐름 불안정, 글로벌 진출 지연은 투자 리스크로 꼽힌다.
성장성과 리스크가 교차하는 상황에서 세명전기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주목해야 할 전력 기자재 기업으로 평가된다.
16일 컴퍼니가이드에 따르면 세명전기는 1962년 금속제품제조 및 판매사업 목적으로 세명전업상사를 설립했다.
1984년 세명전기공업주식회사로 법인전환 후 1991년 코스닥 상장했다. 송배전선로 가설용 금구류를 한국전력공사와 해외 전력청에 공급하고, 전철용 금구류와 섬유직기용 섹셔날빔, 자동차 부품을 각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현재는 RE100 등 탄소 배출 제로를 위한 에너지 효율화 정책과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른 차체 초경량화 부분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세명전기가 주목받은 것은 HVDC(초고압직류송전) 등 글로벌 전력망 확충과 맞닿아 있다. 전기차 보급 확대와 데이터센터 증설로 인한 전력 인프라 수요 증가, 정부의 전철화 구축 투자와 고속철도 신규 건설공사로 실적이 크게 개선된 셈이다.
최근에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건설 프로젝트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아 대만, 동남아, 중남미 등으로 수출 지역이 확대되어 추가 수주가 기대된다.
특히 올해 상반기 전년동기 대비 별도기준 매출액은 145.6% 증가, 영업이익은 521.3% 증가, 당기순이익은 1007.0% 증가되며 엄청난 실적 증가세를 보였다.
세명전기는 60년 넘게 전력 인프라 분야 한 우물만 파온 회사로, 현재 본사는 부산 사상구에 위치하고 있으며, 부산과 창원에 주요 생산 거점을 확보하고 있다.
전력 기자재 산업은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한 자본집약적 사업이자, 국가 기간산업 성격을 지니고 있어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다. 세명전기는 꾸준히 기술력을 축적하며 한국전력 및 주요 전력공기업과 안정적인 거래선을 유지해 오고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세명전기가 생산하는 금구류와 관련 생산 가동률 (자료=홈페이지 및 사업보고서 갈무리)
◆HVDC 시대...세명전기를 바꾼 게임 체인저
HVDC는 대규모 전력을 장거리로 효율적으로 송전할 수 있는 기술이다. 교류(AC) 방식보다 전력 손실이 적고, 해저케이블이나 대륙 간 전력망 연결에도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글로벌 전력망 확충 및 재생에너지 확산 과정에서 HVDC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세명전기는 2024년 국내 최초로 대용량 HVDC 송전선용 금구류 개발에 성공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금구류는 송전선과 전주, 절연체를 연결·지지하는 핵심 부품으로, 안전성과 내구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HVDC용 금구류는 고압·대전류를 견뎌야 해 기존 제품보다 기술 장벽이 높다.
세명전기의 개발 성공은 곧 차세대 전력망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는 내수 기업에 머물렀던 세명전기가 향후 글로벌 전력 기자재 시장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교두보로 평가된다.
◆생산능력과 가동률 급상승...실적도 급증세
2025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세명전기의 생산능력은 전년 대비 16% 증가했다. 특기할 점은 별도의 대규모 설비투자 없이 생산량이 늘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고부가가치 HVDC 금구류의 매출 반영과 단가 상승 효과 덕분으로 풀이된다.
가동률은 지난해 39%에서 올해 상반기 75%까지 급등했다. 기존 설비만으로도 추가적인 매출 확대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는 향후 영업 레버리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기반으로, 매출이 늘어날수록 영업이익률이 빠르게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세명전기의 외형 성장은 매우 가파르다. 2024년 상반기(41기 반기) 매출은 전년 대비 15% 증가에 그쳤으나, 2025년 상반기(42기 반기)에는 무려 145% 급증했다.
이 성장의 핵심은 한국전력이다. 지난해 24.9%였던 한전 매출 비중이 올해 상반기에는 70%를 넘었다.
정부 주도의 전력망 확충 프로젝트, AI 데이터센터 건설,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발주량이 늘어난 결과다.
단기간 폭발적 성장이 가능했지만, 동시에 특정 고객사 의존도가 높아진 점은 향후 실적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매출 증가와 함께 수익성도 크게 개선됐다.
매출이 145% 늘어난 동안 영업이익은 무려 521% 급증했다. HVDC 금구류 매출 반영으로 고마진 구조가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순이익은 전년 대비 1,000% 이상 증가하며 EPS도 급등했다. 단순한 외형 성장에 그치지 않고 수익 구조 자체가 질적으로 개선된 점이 주목된다.
재무구조는 안정적이다. 최근 3년간 부채비율은 10~13% 수준에 머물러 업계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상반기 유동부채가 다소 늘었지만 당좌자산 증가 폭이 더 커 단기 유동성에는 문제가 없다.
이익잉여금도 꾸준히 축적되고 있어 향후 신규 투자와 글로벌 인증 작업에 필요한 자금 여력도 충분하다.
◆현금흐름, 일시적 불안 요인...리스크도 챙겨야
다만 세명전기의 현금흐름은 다소 불안정한 모습이다. 2025년 상반기 세명전기의 순이익은 78억 원이었지만, 영업활동현금흐름은 -3.5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채권이 98억 원 증가하면서 단기적으로 현금 유출이 발생한 탓이다.
이 부분은 대규모 수주 납품 일정과 맞물린 일시적 현상으로 보인다.
실제로 280억 원 규모의 금구류 납품 계약 납기일이 2026년 3월로 예정돼 있어, 내년 1분기부터는 대규모 현금 유입이 기대된다.
그러나 대금 회수가 지연되거나 발주처 사정에 따라 납품 일정이 변경될 경우 단기 유동성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한국전력의 의존도도 성장에 제약이다. 세명전기는 한국전력 매출 비중이 70%를 넘어서고 있다. 이는 안정성과 동시에 리스크다. 발주량 변동이나 정부 정책 변화에 따라 실적이 급격히 흔들릴 수 있다.
또 HVDC 금구류 해외 인증, 글로벌 파트너십 확보가 늦어질 경우 내수위주에 매출이 집중된 세명전기의 성장 모멘텀이 제한될 수 있다.
이외에도 HVDC 시장은 효성, 대한전선, 한국전기연구원 등 대기업·기관이 뛰어든 분야다. 가격 경쟁이 심화될 경우 세명전기의 높은 마진율을 방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외에도 시가총액이 크지 않아 주가 변동성이 크고, 기관·외국인 수급에 따라 급등락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투자시 유의해야 한다.
이미지 확대보기세명전기 생산설비 현황 및 가동률. (자료=세명전기 사업보고서)
다만 세명전기가 속한 전력 기자재 산업은 현재 구조적 성장기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AI와 전기차, 데이터센터 산업 확장으로 전력 수요는 급증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 확대 역시 송배전 인프라 확충을 불가피하게 만들고 있다.
정부 정책도 긍정적이다.
2025년 9월 시행 예정인 전력망 확충 특별법은 인허가 절차를 단축해 송전선 건설 기간을 30% 가량 줄여줄 전망이다.
여기에 해상풍력 특별법, 방폐물 관리 특별법 등 에너지 관련 3법도 시행을 앞두고 있어 전력 인프라 투자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장기적으로는 2050년까지 추진되는 ‘에너지 고속도로 프로젝트’ 같은 초대형 전력망 투자 계획도 예정돼 있다.
이런 정책과 산업 환경은 세명전기와 같은 전력 기자재 기업들에 안정적인 성장 모멘텀을 제공한다.
관련업계 관계자들은 “세명전기는 HVDC 금구류라는 차별화된 제품을 앞세워 본격적인 성장 사이클에 진입했다”며 “매출·영업이익 모두 구조적으로 개선되고 있으며, 안정적인 재무구조도 강점이다. 정부 정책 지원과 전력 수요 확대는 장기 성장 모멘텀을 제공한다”고 전망했다.
이현종 더인베스트 기자 shlee4308@theinve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