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과학기술 혁명의 시대다. 현 시대는 지금까지와 다른 과학기술이 펼쳐지는 과도기로 볼 수 있다. 지금까지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가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지속 가능한 생존을 가능케하는 과학기술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21세기 주식시장에서 가장 주목할 단어는 '환경'으로 꼽힌다. 기업과 소비자는 생산과 소비 과정에서 환경을 고려하며 인류의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이에 'NEXT주목산업'에서는 환경 이슈와 민감한 다섯 가지 주제를 선정해봤다. <편집자주>
산업혁명은 마차를 자동차로 대체했다. 1903년에 설립된 자동차회사 포드(FORD)는 설립 이후 1927년까지 최초의 자동차 '포드T'를 1500만 대 판매하며 마차를 빠르게 대체했다.
당시 마차가 끄는 말이 뿜어내는 이산화탄소와 거리에 쌓이는 분뇨 등은 전염병을 확산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주범이었다. 자동차 역시 이산화탄소를 배출했지만 포드 설립 이후 마차가 만들어내던 거리의 소란과 지저분함은 사라졌다.
21세기가 되면서 자동차 산업은 다시 한 번 대전환의 시기를 맞게 됐다. 마차가 자동차로 대체됐듯이, 내연기관 자동차가 전기차로 대체되는 국면에 들어선 것이다. 내연기관 자동차 시대를 연 기업이 '포드'라면 현재 전기차 시대를 대표하는 기업은 '테슬라'이다.
◆ 국내 친환경차 시장 이끄는 현대차…올해 최고 실적 간다
국내 주식시장도 이 같은 패러다임 전환에 반응했다. 대표적으로 '2차전지 업종'과 현대차로 대표되는 '친환경차 업종'이다. 현대차는 내연기관 자동차 부문에서는 1년 판매량이 500만 대에도 미치지 못한다. 글로벌 10위 권 안에서도 현대차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전기차 부문에서는 선도 기업에 속한다. 판매량은 테슬라 다음이다. 또한 전기차와 수소전기차의 투 트랙(Two Track) 전략으로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
실제 현대차의 올해 1분기에는 매출액은 전년대비 24.7% 증가한 37조7787억 원, 영업이익은 86.3% 늘어난 3조5927억 원을 기록했다. 현대차 창립 이래 역대 최고 분기 실적이며, 2009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처음으로 상장사 분기 영업이익 1위를 달성했다.
이번 호실적은 친환경차가 견인했다. 현대차가 출시한 아이오닉 시리즈의 판매 호조가 이어진 가운데, 신차 '아이오닉 6'의 글로벌 판매량도 늘었다. 현대차가 밝힌 1분기 친환경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10.7% 늘어난 83만665대이다.
전기차의 시대는 21세기 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식시장은 성장과 인기에 민감하다. 인기와 성장성이 사그라질 때 진입하면 회복 불가능한 손실을 입기도 하지만, 지속적인 성장 트렌드를 외면하는 것도 큰 손실을 준다.
전기차 부문은 기술적으로 충분히 무르익지 않았고, 시장 역시 아직 충분히 열리지 않았다. 기술 변화가 빨라서 기업의 진입과 퇴장 역시 빈번할 것이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자동차 시장 패러다임 전환기에 가장 안전한 투자처를 고르라면 현대차와 기아를 꼽는다"며 "변화를 선도하진 못했지만 변화에 민감함을 갖고 있고 수직 계열화를 통해 전기차 생산 부문의 거의 전 과정을 내재하고 있는 기업"이라고 분석했다.
◆ '배터리 3사' 글로벌 1위…양극재는 에코프로비엠 선두
2차전지는 전기차 시대를 여는 핵심 부품이다. 배터리의 안정적인 공급 없이는 전기차의 대중화가 쉽지 않다. 내연기관 자동차가 석유의 안정적 공급과 낮은 가격 덕분에 널리 퍼진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배터리 제조사는 완성차 제조사와 대등한 지위로 성장하고 있다.
현재 전기차에 쓰이는 배터리는 리튬이온배터리이다. 한국은 리튬이온배터리의 제조 강국으로 꼽힌다. 이 분야에서 글로벌 1위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해, 삼성SDI와 SK온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사인 중국의 CATL은 자국 기업을 중심으로 배터리를 공급하고, 일본의 파나소닉은 시장 점유율이 높지 않다.
리튬이온배터리는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로 구성된 배터리에 외부 전기를 주입하면, 양극에 있던 리튬이온과 전자가 음극으로 이동하면서 배터리가 충전된다. 전기 주입 없이 양극과 음극을 도선으로 연결할 경우 리튬이온과 전자가 양극으로 이동하면서 배터리가 방전된다. 리튬이온은 크기가 작아서 양극과 음극 사이에 있는 분리막을 통과하지만, 전자는 통과하지 못하므로 외부 도선을 타고 흐른다.
양극재는 배터리의 용량과 출력을 결정하는 주요 소재이다. 사용되는 금속 성분에 따라 LCO(리튬·코발트산화물), NCM(니켈·코발트·망간),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LMO(리튬·망간산화물), LFP(리튬·인산·철) 등으로 구분된다. 니켈은 용량, 망간과 코발트는 안전성, 알루미늄은 출력을 담당한다.
전기차의 성능은 한 번 충전해서 달릴 수 있는 거리가 핵심이다. 이를 늘리려면 양극재 중 니켈의 함량을 늘려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높여야 한다. 그래서 니켈 농도가 80%를 넘어가는 '하이니켈' 배터리가 대세가 되고 있다.
국내에서 양극재는 에코프로비엠이 선두 주자이다. 엘앤에프가 그 뒤를 잇고 있다. 대보마그네틱 역시 양극재 관련 기업이다. 양극재에 섞여 있는 철을 제거하는 '전자석탈철기'를 제조하는 기업으로, 양극재 생산량이 늘수록 전자석탈철기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 음극재는 포스코퓨처엠, 전해질은 천보가 주도
음극재는 충전할 때 양극에서 나오는 리튬이온을 받아들이는 소재다. 흑연계와 실리콘계가 있으며, 최근에는 흑연보다 에너지 밀도가 월등히 높은 실리콘에 주목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흑연계 음극재를 생산하는 대표 기업으로 꼽히며, 한솔케미칼과 대주전자재료는 실리콘계 음극재를 생산하고 있다.
전해질은 리튬이온이 이동할 수 있게 하는 매개체이다. 리튬이온 이동을 촉진해 배터리의 충전과 방전 기능을 담당한다. 액체 형태로 배터리에 담겨 있는데, 양극재와 음극재가 섞이면 발화한다. 가연성 소재이므로 배터리에 충격이 가해지거나 온도가 과도하게 높아지면 불이 붙거나 폭발할 수 있다. 따라서 전해질의 성능과 안정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천보가 생산하는 'F전해질'의 시장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분리막은 양극과 음극을 분리하고 리튬이온만 통과하도록 만든 얇은 막이다. 양극재와 음극재가 접촉하면 폭발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를 제어하는 것이 중요하다. 분리막이 얇으면 양극재와 음극재를 더 담아 배터리 용량을 늘릴 수 있기 때문에 분리막 두께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전지박은 음극 부분에 씌우는 얇은 구리박이다. 내부의 열을 외부로 방출시켜 형상을 유지하는 지지체 역할을 한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와 솔루스첨단소재가 전지박을 생산하는 대표적인 국내 기업이다.
◆ 시총 낮은 장비주도 관심…"두 배 이상 성장 가능"
리튬이온배터리의 샌산 공정은 크게 ▲전극 ▲조립 ▲활성화 ▲테스트로 나눌 수 있다. 전극 공정은 양극과 음극 전극판을 만드는 과정이다. 배터리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양극재와 음극재를 많이 넣어야 한다.
이때 전극 코팅 밀도를 높이고 소재 변형을 최소화하는 기술이 '롤투롤' 기술이다. 회전하는 롤에 소재 물질을 감아 도포하는 기술을 말한다. 매우 까다로운 기술로 일본의 도레이나 히라노 등이 시장을 주도했지만, 최근 국내 기업 피엔티가 국산화에 성공해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조립 공정은 배터리 형태를 만드는 것이다. 노칭과 스태킹, 용접, 패키징 등의 과정을 거친다. 조립 공정 제조사는 엠플러스와 나인테크가 선도하고 있다. 이 외에도 조립 공정을 자동화 솔루션을 제공하는 코윈테크는 글로벌 1위 점유율을 3년째 유지하는 중이다.
활성화 공정은 배터리에 전기적 특성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이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양극과 음극을 구성하는 물질이 전기를 발생시키는 활동을 시작한다. 활성화 공정 장비 제조사로는 피앤이솔루션과 에이프로를 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테스트 공정은 엑스레이 장비를 통해 배터리 불량 여부를 검사하는 과정으로 자비스와 이노메트리가 주 업체이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배터리 수요가 늘어나면서 배터리 제조 공정에서 필요한 장비 수요도 덩달아 수혜를 보고 있다"며 "2차전지 장비 관련 기업의 경우 시가총액이 5000억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향후 시장이 성장하면서 1조 원 이상을 바라볼 수 있는 진주들이 많은 업종"이라고 짚었다.
안장섭 더넥스트뉴스 기자 jsan@thenext-news.com